DESIGN STORY

디자인은 결국 사람의 일이다

HOONSTUDIO 2025. 5. 22. 15:55

디자인은 겉으로 보기엔 형태를 만드는 일 같지만, 그 본질은 ‘사람을 위한 해결’을 고민하는 일이다. 제품 디자인이라는 분야에 오래 몸담고 있으면 알게 된다. 잘 만든 디자인과 오래 살아남는 디자인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화려한 외형이나 복잡한 기능이 아니라, 바로 그 제품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읽었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는 흔히 디자인을 하나의 ‘결과물’로 보지만, 실제로 디자인은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 맺는 ‘과정’이다. 제품을 기획하는 사람, 기술을 구현하는 개발자, 실제로 사용하는 고객까지. 디자인은 이들 사이의 공백을 메우고, 충돌을 줄이며, 목적을 조율해가는 작업이다. 특히 산업디자인은 실사용자를 위한 물리적 환경을 만드는 일이기에, ‘사람’이라는 변수 없이는 아무것도 시작될 수 없다.

HOONSTUDIO는 고객사와 제품 개발 초기부터 함께 고민하며, 그들이 만들고자 하는 제품이 어떤 사람을 위한 것인지, 그 사람이 처한 맥락은 어떤지를 먼저 이해하려 한다. 우리는 디자인을 시작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이 제품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그리고 그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사용자 인터뷰를 진행하고, 현장을 직접 찾아가 제품이 사용될 환경을 관찰하며, 고객사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그런 과정이 있어야 비로소 제품이 기능 너머의 무언가를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몇 해 전, HOONSTUDIO는 병원에서 사용할 혈당측정기 디자인을 맡은 적이 있다. 당시 우리는 단순히 기능적이고 위생적인 디자인을 생각하기보다, 그 기계를 매일 마주하게 될 환자의 감정에 집중했다. 병원이라는 공간은 환자에게는 일상적이지 않으며, 때론 불안과 긴장이 공존하는 장소다. 그런 공간에서 사용되는 제품은 그 자체로도 심리적 위안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날카롭지 않고 부드러운 곡선을 적용했고, 차가운 느낌을 줄 수 있는 하얀색 대신 따뜻한 톤을 사용했다. 화면 UI도 명확하고 단순하게 설계해 사용자 경험의 혼란을 줄였다. 디자인은 결국, 사람의 마음에 얼마나 다가가는가의 문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프로젝트였다.

디자이너의 역할은 때때로 번역가에 가깝다. 기술자의 언어와 사용자의 언어는 다르다. 기업의 목표와 사용자의 욕구도 같지 않다. 디자이너는 그 사이를 오가며 의미를 번역하고, 가장 합리적인 형태로 중재한다. 이 과정은 늘 쉽지 않다. 예산, 일정, 기술적 한계, 이해관계자의 의견 충돌 등 현실적인 변수는 무수히 많다. 하지만 그 복잡한 조건 속에서도 ‘사람’이라는 중심을 놓치지 않아야만, 결과적으로 좋은 디자인이 만들어진다.

디자인은 협업의 예술이다. 디자이너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는다. 기술자, 생산자, 마케터, 클라이언트, 사용자 등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때로는 조율하고 설득하면서 하나의 방향을 잡아나간다. 우리는 이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디자인은 결과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함께 해온 고객사들과의 프로젝트가 만족스럽게 마무리될 때마다, 우리는 그 안에서 만들어진 인간적인 관계와 교감이 디자인 이상의 가치를 만든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아름다움, 기능, 사용성, 차별화된 아이디어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우리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사용자가 무심코 사용할 수 있는 제품, 사용할 때마다 불편함 없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경험, 그리고 사용자의 하루를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향하는 디자인이다. 사람들이 ‘디자인이 잘 되었다’고 말할 때는 오히려 그 디자인이 눈에 띄지 않을 때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익숙한 문제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이기도 하다. 제품 하나를 바꾸었다고 해서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지만, 그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의 하루는 분명히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디자인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변화는 거창하지 않다. 단 한 사람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지는 것, 그로 인해 누군가가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그런 변화가 쌓여 사회를 바꾸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고 믿는다.

HOONSTUDIO는 오늘도 고객사와 함께 제품에 대해 고민하고, 사용자의 입장에서 하나하나의 요소를 점검해가며 디자인을 완성해간다. 디자인이라는 일이 때로는 보이지 않는 노력을 요구하고,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세밀한 조정을 필요로 하지만, 우리는 그 과정을 기꺼이 감수한다. 그것이 곧 사람을 위한 일이고, 사람에게 닿는 디자인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결국 사람의 일이다. 사람을 이해하지 않으면 디자인도 없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세상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삶에 닿을 때, 그 사람이 조금 더 편안해지고, 조금 더 행복해졌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오늘도 우리는 묻는다. “이건 누가,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사용할까?”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길 위에, 디자이너로서의 삶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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